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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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이 있는 곳이 세상의 중심'…초록나무의 정신을 이어 갈 씨앗을 찾습니다

2025-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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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보라목사기념사업회 운영위원 인터뷰…11월 18일 예수회센터 발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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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이 있는 곳이 세상의 중심이라던 임보라 목사. 뉴스앤조이 구권효


[뉴스앤조이-엄태빈 기자] '아픔이 있는 곳이 세상의 중심.' 임보라 목사는 이 말을 실천하기 위해 고통받는 현장이 있다면 어디든 찾아갔다. 제주 강정마을에 해군기지가 들어서려고 하자 구럼비 바위의 파괴를 온몸으로 막아 내고, 세월호 참사 현장에 달려가 유가족들의 손을 잡고 함께 울며 식사를 나눴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동조 단식도 마다하지 않았고, 자신이 속한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교단 내 성폭력 사건 해결에도 앞장섰다. 임 목사를 만나고 교회에 다니기 시작한 성소수자도 많다. 임보라 목사는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과 연대하는 곳 어디에나 있었다. 


바위부터 사람까지, 어떤 존재도 놓치지 않으려 애썼던 임보라 목사의 정신을 이어 나가기 위한 걸음이 시작된다. 임 목사가 생전 담임했던 섬돌향린교회 목회자·교인, 함께 여러 현장을 다녔던 동료 등이 뜻을 모아 '임보라목사기념사업회'를 조직했다. 11월 18일 발족식을 앞두고 <뉴스앤조이>는 10월 31일 중구 희년평화빌딩에서 기념사업회 운영위원 김하나 목사와 노은아 씨, 정경일 집행위원장(차별과혐오없는평등세상을바라는그리스도인네트워크)을 만나 기념사업회 결성 배경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물었다. 


<뉴스앤조이>가 만난 운영위원들은 임보라 목사와의 기억들을 회상하며 기념사업회를 열어 가는 이유를 밝혔다. 임보라 목사의 첫 목사수련생인 김하나 목사는 여성 목회자 한 사람 한 사람을 세우고 키워 나가기 위해 길을 개척했던 임 목사의 모습을 잊지 못했다. 1994년 기독 노래 모임 '새하늘새땅'에서 임 목사와 처음 인연을 맺은 섬돌향린교회 교인 노은아 씨는 임보라 목사가 향린교회에 있을 때부터 성소수자를 비롯해 다양한 약자들과 함께하는 모습을 오랫동안 지켜봐 왔다. 정경일 집행위원장은 세월호 현장에서 유가족을 살뜰히 챙기는 임 목사의 모습에 감명을 받았다. 이후 임보라 목사와 함께 퀴어 이슈를 개신교계 안에서 가시화하는 일에 나섰다. 


혼자가 아닌 함께 짐을 짊어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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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박김형준


임보라 목사는 성소수자 목회뿐 아니라 다양한 현장에 연결되어 있었다. 사진 제공 박김형준


성소수자 목회뿐만 아니라 생태, 노동, 이주민 등 여러 현장에 연결되어 있던 임보라 목사는 항상 자신이 가지 못하는 현장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잘 때도 베개맡에 전화기를 두고 잤다. 누군가의 전화 한 통을 놓칠까 봐서다. 그는 현실을 바꿔 내고자 작은 것도 넘기지 않고 세심하게 애썼다.


임보라 목사가 세상을 떠난 이후, 그와 연결됐던 많은 사람이 슬픔에 잠겼다. 그리고 남은 사람들은 임 목사의 빈자리를 보며 당황스러워하기도 했다. 임 목사의 짐을 같이 짊어지지 못했다는 부채감이 남았고, 이 짐을 누군가에게 또 몰아줄 순 없다고 생각했다. 기념사업회 운영위원들은 "앞으로 누군가가 홀로 짐을 짊어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짊어지고 가져가자. 서로가 힘이 될 수 있도록 연대하고 돌보는 일을 하자"고 결심했다.


임보라 목사의 닉네임 '초록나무'에는 초록빛 나무 자체를 좋아하기도 했지만 나무의 역할을 하고 싶다는 그의 바람이 깃들어 있다. '우리 곁의 초록나무'. 이 문구는 더 이상 슬퍼하지만 말고 곁에 있는 임보라 목사를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의미로 임보라 목사 추모 문화제 때 처음 사용됐다. 기념사업회는 이 마음을 이어 가면서 이제 서로가 서로에게 초록나무가 되어 주자고 다짐했다.


노은아 / 목사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이제 안 계시는데 어떡하지, 어떻게든 이어 나가야 할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면서도 솔직하게는 그게 참 버겁고 힘들 것 같더라고요. 목사님이 너무 많은 걸 하셨거든요. 목사님께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시면 좋겠다고 계속 만류하는 역할을 해 왔는데 이제 그걸 우리가 이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무거운 마음이 들었죠. 한 사람이 다 할 수 없으니 각자가 조금씩 나눠 가져 보자고 이야기가 나왔어요.

그리고 각자 흩어져 있으면 힘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에 하나로 모이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임보라 목사님을 한 번이라도 만난 적 있거나 목사님의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에게는 모두 목사님의 마음이 전해져 있잖아요. 목사님이 우리 마음속에 뿌린 하나의 씨앗을 가지고, 그 씨앗이 나무가 될 수 있길 바라며 기념사업회를 꾸려 나가고 있어요.


김하나 / 임보라 목사님이 돌아가시고 나서부터 주변에서 추모 사업을 해야 하지 않겠냐고 이야기했는데 굉장히 조심스러웠어요. 임보라 목사님은 자신이 드러나고 영웅처럼 되는 것을 경계하고 싫어하셨거든요. 매번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다 같이 하는 거라고 강조하신 분이라 목사님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게 되진 않을까 조심스러웠어요. 임 목사님을 충분히 그리워하고 기억하면서도 우리가 함께하고 있다는 의미를 담아내기 위해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기념사업회는 크게 기억, 이음, 연대라는 세 가지 주제로 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먼저 '기억-추모와 기록 사업'은 임보라 목사가 남긴 이야기와 자료를 한데 모으는 것부터 시작한다. 추후 책과 노래, 영상 등 문화 예술 콘텐츠를 제작하고 추모 사업에도 활용할 계획이다.


'이음-연구와 교육 사업'은 임보라 목사가 생전에 힘을 쏟은 부분을 어떻게 구체화하고 지원할 수 있을지 연구한다. 평등을 지향하는 신학과 사회 담론 연구가 활발해지고 더 널리 확산할 수 있도록 신학생과 분야별 활동가들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연대-사회운동 지원과 돌봄'은 작은 것 하나까지 챙기고 직접 음식을 해서 두 손 가득 현장을 찾았던 임보라 목사의 발걸음을 잇는다. 기념사업회는 지금 사회에서 가장 손길이 필요한 현장이 어딘지를 찾고, 그 현장에 어떤 지원과 돌봄이 필요한지 집중하는 '사회적 심방'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현장 활동가들을 지원하고 돌보는 '서로 돌봄'에도 주력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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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하나 목사, 노은아 씨, 정경일 집행위원장. 뉴스앤조이 엄태빈


노은아 / 임보라 목사님을 만났던 분들의 이야기를 통해 목사님의 새로운 모습들을 알게 될 때마다 에너지를 얻게 되더라고요. 흩어져 있던 경험들을 잘 모으고 기록해 사람들에게도 힘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임보라 목사님의 활동을 정리하면서 학술적으로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발견하고 신학적 담론까지 이어지는 것도 기대하고 있어요. 그리고 임 목사님의 활동을 이어 나가는 활동가들이 활동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고 지원할 예정입니다. 활동가를 모으고 마음껏 활동을 펼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려고 해요.


김하나 / 목사님은 항상 돌봄이 몸에 배어 있으셨어요. 인사를 할 때면 매번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잠은 잘 자고 밥은 먹었는지를 물으셨죠. 현장을 찾을 때도 '지금 저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를 계속 고민하셨는데 저희도 그 돌봄의 에너지를 이어 가려고 해요.


정경일 / 임보라 목사님은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과도 연대하셨더라고요. 재능교육지부 투쟁이라든지 사람들이 크게 관심 갖지 않을 때부터 가서 설교하셨어요. 기념사업회는 작은 자 중에 작은 자,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통받으며 싸우고 있는 사람들을 찾는 '사회적 심방'을 하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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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보라 목사는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이 들어서려고 하자 온몸으로 막았다. 사진 제공 박김형준


함께 초록나무 숲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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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박김형준


임보라목사기념사업회는 11월 18일 예수회센터에서 발족식을 열고 기념사업회의 목적과 사업들을 알리고자 한다. 씨앗 회원과 울타리 위원, 유가족의 이야기를 들으며 임 목사의 삶을 기억하고 뜻을 이어 나가자고 다짐하는 순서도 준비돼 있다. 씨앗 회원은 총회에 참석해 의결할 수 있는 회원 권한 등을 가지고, 울타리 위원(위원회)은 문화·예술·학술·교계 분야에서 자문을 맡은 사람들이다. 이날 공개되는 임 목사의 추모곡을 함께 불러 보는 퍼포먼스도 준비 중이다. 기념사업회는 서로가 서로에게 초록나무가 되어 주자는 마음을 나누고 그 초록나무로 숲을 이루어 나갈 수 있는 시간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노은아 / 목사님은 경계가 없으셨어요. 그러다 보니 기념사업회 활동에도 어떤 자격이 필요하지 않아요. 임 목사님이 남긴 씨앗이 내 안에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모두 참여 가능합니다. 그 기회를 마련하고 참여의 장을 넓히는 게 사업회의 몫인 것 같아요. 저희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임 목사님의 뜻을 어떤 방식으로 이어 갈 수 있을지 많이 제안해 주시고 조언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정경일 / 임보라 목사님이 너무 일찍 가셨다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로는 다른 사람들의 몇 배의 인생을 살다 가셨다고 봐요. 한 사람이 사는 인생 속에서 할 수 있는 총량이 있을 텐데 몇 사람의 생을 살고 가신 거죠. 항상 돌보는 이였던 임 목사님의 뜻을 어떻게 이어 갈까, 교회를 어떻게 변화시킬까도 중요하지만 서로 격려하고 응원하고 돌보면서 임보라 목사님과 함께 이 길을 계속 갔으면 좋겠어요.


김하나 / "당신의 노래를 부르세요. 우리가 고백한 하나님을 서로 이야기합시다". 섬돌향린교회의 공동 축도인데요. 저는 이게 임보라 목사님을 표현할 수 있는 좋은 문구인 것 같아요. 큰 일을 꿈꾸고 계획하셨음에도 한 사람 한 사람, 그 사람이 있는 모습 그대로 노래를 부를 수 있게끔 하는 것에 계속 관심을 두셨거든요. 그 초록나무의 기운을 받아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노래를 부르고 싶은 분, 이것을 나누고 함께하고 싶은 분들을 초대하고 싶어요. 우리 곁의 초록나무의 기운을 받아 우리가 함께 당신의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출처 : 뉴스앤조이(https://www.newsnjoy.or.kr)